일본 번역 괴담

5ch 번역 괴담) 무언가

Womp 2023. 4. 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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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살던 아파트는 꽤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습니다.

오토록 같은 건 있을 리 만무했고,
문은 힘을 줘서 밀면 쉽게 열릴 것만 같은

허술한 문이었죠.

하지만 그때는 대학생이라 금전적으로 궁했을 때고,
남자 혼자 자취하는 거라 딱히 큰 불만 없이 지냈습니다.
방안에 욕실까지 딸려 있기도 했었고요.

※일본의 오래된 아파트 중에는 내부에

욕실이 없는 곳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새벽 3시를 좀 넘어선 시간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문고리가 덜그럭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날은 우연히 문을 잠그고 잤지만,
평소에 문을 열어둔 채로 자는 경우도 많았기에

정말로 무서웠습니다.

체감상 5분 정도 덜컹거리다 조용해진 것 같네요.
다리는 풀렸지, 식은땀은 줄줄 흐르지,
그날따라 변덕으로 문을 잠그고 잔

내 자신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그날부로 새벽 3시만 넘으면 어김없이
덜컹덜컹하고 미친 듯이 문고리를 돌려대더군요.
무서워서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섣불리 그 무언가를 자극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낮에도 문을 열면 그 무언가가 서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 편히 외출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침 대학교가 여름방학이라 다행이었지만,
사다 놓은 음식과 소모품들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평소라면 절대 이용하지 않았을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간신히 연명하는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그렇게 생활한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빌리고 싶은 게임이 있다며 친구 A가 찾아왔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현관 너머로 확인하다 못해,
우편함으로 면허증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어줄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무언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그러지 않고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당연히 A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죠.

 


그날 밤, 제 사정을 알게 된 A가
'외시경으로 들여다보자.'라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외시경은 오래된 아파트 문에 달린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조그만 렌즈를 말합니다.

저는 죽어도 싫다고 거절했지만,
이런 오컬트를 좋아하는 A는 상당히 업된 것처럼 보였고
반드시 얼굴을 보고야 말겠다며 고집을 피워댔습니다.

"나는 절대 안 볼 거니까, 네 꼴리는 대로 해!"
라고 외치긴 했지만,

막상 저도 그 무언가의 정체가 궁금하던 참이었고

솔직히 A가 흥미를 가져줘서

다행이다라는 마음 또한 있었습니다.

저와 A는 현관문 손잡이만을 노려보며 대기했습니다.
드디어 새벽 3시,

무서워진 저는 A의 손을 꽉 붙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A는 '오기만 해 봐…." 라고 중얼거리며,
그 무언가가 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갔습니다.
평소에는 늦어도 3시 5분쯤에는 왔는데….
처음으로 그 무언가에게 공포가 아닌 짜증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A가 '방에 불 켜져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며 불을 끄려고 하더군요.

 


그때 전 어떤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항상 불을 끄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묻자, A는 히죽거리며

'그야 당연히 새벽 3시면 불은 끄고 살겠지.'

라고 답했습니다.

하기사, 당연한 걸 가지고 뭘 의심하는 거야…

라고  생각한 그 순간, 문고리가 덜컹거리며

격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당장이라도 비명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억누르고 그 자리에

그대로 쪼그려 앉을 수 있었습니다.

A는 드디어 왔구나라는 표정으로

외시경에 눈을 가져다 댔습니다.
저는 한시라도 빨리 A한테

그 무언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A는 한참이 지나도 구멍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문고리는 진작에 잠잠해졌건만….
A의 어깨를 흔들어 보아도 외시경에서

눈을 떼려 하지 않았습니다.


순간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A는 붙잡고 있던 제 손을 난폭하게 내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 쪽을 바라보더군요.

 


그곳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A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아…." 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들겼는데,
A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던 저는 그저 울고 있는 A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털썩 주저앉은

A가 저를 빤히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은 너야.' 라고.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A가 손가락으로 외시경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너도 봐.' 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죠.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 무언가의 정체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공포에서 해방되고 싶었습니다.

심호흡을 반복하고 호신용으로 오른손에 식칼을 쥔 채,
외시경에 오른쪽 눈을 가져다 댔습니다.

밖에 서 있던 걸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인간은 보통 눈이 두 개죠?
그런데 그 무언가의 얼굴에는 가로 일렬로

빽빽하다 싶을 정도의 안구들이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진짜 좆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포감에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 무언가의 안구 중 하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본 순간 문득

그 무언가가 너무 불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분명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갈 곳도,
의지할 수 있는 존재도 없겠지….
그러니까 나라도 빨리 도와줘야 돼.

라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며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어주려던 그 순간,
새벽 신문 배달부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언가는 갑작스래 들려온 오토바이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입이 조금 벌어졌더군요.

입속은 피투성이였습니다.
심지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뾰족한 이빨 사이에

인간의 손가락 같은 것이 껴있는 것도 보였고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문에서 떨어졌습니다.
만약 제가 문을 열어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외시경과

연관된 괴담이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류의 괴담이 유행한 적이 있었죠.

 

외시경으로 내다봤더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안심하고 있었는데 실은

바깥쪽에서도 서로 마주 보고 있던 거였다는

류의 괴담들이 많이 유행하곤 했었답니다.

 

야심한 밤에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 보는 정체 모를 무언가와 인간,

어느 쪽이 더 무서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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